16기 때와 비교하여 17기 선발 시험은 많은 개혁이 있었다. 이전까지 영어, 수학, 물리, 화학 네 과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점수대로 줄을 세운 뒤, 동점자간은 수학-물리, 화학-영어순으로 더 높은 성적을 받은 사람이 높은 등수를 받는 아주 단순한 선발 방식이었다. 16기까지는 시험 성적을 모두 공표했으며, 순위로 대학을 먼저 정한 후에 면접을 봤기 때문에 사실 면접은 의례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선발 방식뿐만 아니라 시험장안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6기 시험까지는 계산 용지를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었지만, 17기 시험 때부터 계산 용지를 한 장으로 한정하고 또 이름과 수험번호를 기재해 시험지, 답안지와 함께 제출해야 했었다. 17기 시험은 영어는 평이했고, 수학이 유도가 친절해 체감 난이도는 많이 낮았으며 미적분에서 계산이 복잡하게 출제되서 계산 실수가 없었다면 어렵지 않게 100점을 받을 수 있는 난이도였다. 물리가 많이 어려웠다. 수식을 묻기 보다는 거의 모둔 문제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계산을 해서 숫자로 답을 골랐어야 했기 때문에 시험지만으로는 계산할 수 있는 지면이 부족했다. 화학은 양론이 지나치게 쉽게 나오고, 유기화학도 구조식을 결정하는 난도 있는 문제가 아닌 반응식만 암기한다면 풀어낼 수 있는 문제 투성이었어서 시험 끝나고 공부한 것이 아깝다고 느낀 허탈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험이 끝나고 나오면서 "이번 기수 합격 커트라인 300점 넘겠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물리에서 몇 개 틀렸을까를 계속 생각했었다. 계산 용지가 1장밖에 없다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크다. 항상 모의고사를 풀 때도 연습장을 끼고 풀었기 때문에 시험지에서 풀기보다는 계산 용지에 푸는 것이 더 익숙했기 때문에 이걸로 적잖이 당황한 수험생도 많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한다.
성적을 공개하지 않고 순위만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선 수험생이 받은 시험 성적, 면접 성적, 내신 성적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시험점수 280점 내신 120점 면접 점수 20점으로 총 420점 만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7기는 검정고시와 재수생을 전체 수험생 중의 시험 성적의 백분위를 내신으로 환산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혜택을 받은게 맞다. 그렇지만, 한국측 면접관들은 이 점을 간파하고 검정고시와 내신이 안 좋은 고3 학생들을 호되게 다그쳤다. 나 역시 그 대상중 하나였다.
다음 사진은 학원으로 받았던 면접 예상 질문의 워드 파일을 손으로 옮겨적은 것이다. 삐뚤빼뚤한 일본어라 독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일본 측은 예상 질문의 선에서 다 나왔으나 한국 면접관들이 검정고시 출신에 대해 지나치게 압박면접을 했어서, 면접이 끝나고 진이 다 빠진 기억이 있다.
- 일공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 유럽, 미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한국이 아닌 일본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희망하는 대학, 학과에 들어간다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 전공외에 무엇을 더 공부하고 싶은가
-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 희망하는 직업은 무엇인가
- 국비유학생으로서 받을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 유학생으로서 가져야할 태도 혹은 매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유학 생활의 각오 한마디.
- 한국에서 이과를 기피하는 경향은 왜 생겼는가.
- 일본에 간 적은 있는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 취미는 있는가.
-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가.
- 일본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 제1지망 대학교는 어딘가.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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